무라카미
제가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자기 치료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쓰는 행위는, 여기서 말한 것처럼, 자기 치료적인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메시지가 있어서 그것을 소설로 쓴다”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속에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도중에, 그런 메시지가 어둠 속에서 문득 떠오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전체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일단 쓰는 행위 속에 빠져들어 갑니다. 그러면서도 끝에 가서 용케 결말을 낸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프로 글쟁이이므로 결말은 반드시 있습니다.
“프로니까 결말이 난다”라는 것은, 쉽게 말해 결말이 나지 않으면 소설가로서는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얘기인데, 그와 동시에 ‘자신을 믿는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다음은 경험이 중요하지요. ‘이대로 괜찮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문제없다’고 자신을 설득하며 계속 글을 써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