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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5
결말은 반드시 난다



지난 일요일, 피식쇼 다니엘 헤니 편을 보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하루키의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이 마치 알고리즘처럼 느껴졌는데요. 오늘은 책에 담긴 하루키의 고뇌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그 고뇌에 대한 내용부터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라카미
제가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자기 치료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쓰는 행위는, 여기서 말한 것처럼, 자기 치료적인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메시지가 있어서 그것을 소설로 쓴다”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속에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도중에, 그런 메시지가 어둠 속에서 문득 떠오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전체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일단 쓰는 행위 속에 빠져들어 갑니다. 그러면서도 끝에 가서 용케 결말을 낸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프로 글쟁이이므로 결말은 반드시 있습니다.

“프로니까 결말이 난다”라는 것은, 쉽게 말해 결말이 나지 않으면 소설가로서는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얘기인데, 그와 동시에 ‘자신을 믿는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다음은 경험이 중요하지요. ‘이대로 괜찮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문제없다’고 자신을 설득하며 계속 글을 써나가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여러분. 저는 마지막 문장이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고 최고의 흥행 작가로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막연한 불안이라는 감정을 겪는다는 것을 글로 확인하니 안도가 차올랐다고나 할까요.

도쿄에서 ‘피터 캣’이라는 재즈 카페를 운영했던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어쩌다 소설가가 된 것이라고 말하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이들도 불확실성과 불안을 매일 극복하며 산다는 당연한 사실이 때로는 묵묵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재즈 카페 주인에서 일본 문학의 거장까지. ‘이대로 괜찮을까?’ ‘문제없어’를 수천수만 반복했을 하루키를 떠올리며 여러분의 2월은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는 건강한 달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