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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4
줄 서서 먹는 맛집



최근 발행된 인터뷰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제기동을 방문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찾은 식당은 ‘나정순할매 쭈꾸미’. 첫 방문인지라 착석과 동시에 메뉴판으로 눈길이 갑니다. 고민에 빠질 겨를도 없습니다. 단일 메뉴 하나. 오로지 주꾸미 한 놈만 팬다. 짜릿한 맵기와 단짠의 향연 주꾸미는 마케터 J 최대의 집중력을 끌어냅니다. 숟가락을 테이블에 내려놓을 새도 없이 볶음밥까지 단숨에 클리어 후 유쾌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옵니다.

이렇듯 단 하나의 메뉴로 수많은 손님을 가게 앞에 줄 세우는 식당이 있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칩니다. ‘패션은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니. 우후죽순 생겨나는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만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맛집 브랜드 3곳을 추려봤습니다.

  첫 번째: 가죽 맛집
GUIDI 테너리(무두질 공장)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처럼 매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싶은 브랜드 GUIDI입니다. 겉보기에 단순한 슈즈 GUIDI에는 많은 브랜드 철학이 숨어있습니다.

그들의 사전에 패션 트렌드는 물론이고 대량생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입문용으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992 더비 슈즈 말가죽부터 팽팽한 질감의 코도반, 송아지, 버팔로, 당나귀, 염소 가죽까지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모든 가죽은 본연의 결을 강조하기 위해 고안된 수작업 생산 과정을 거칩니다.

그뿐만 아니라 GUIDI는 자체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전 세계 신중하게 선택한 부티크와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절제된 표현을 제시하는 가죽 맛집 GUIDI를 경험해 보세요.




두 번째: 깃털 맛집
(왼쪽) 기무라 타쿠야. 그의 인스타 계정에 방문하면 goro's 착용 컷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른쪽) 천재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과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브랜드 goro’s의 매장은 오직 한 곳, 도쿄에만 존재합니다. 도어맨 간택을 받아야만 즐길 수 있는 악명 높은 클럽처럼 고로스 매장도 동일합니다. 아니, 더 까다로울 수도 있겠네요.

하라주쿠 고로스 매장은 오전 11시가 되면 입장객을 가리는 추첨이 시작됩니다. 준비물은 신분증인데요, 해외 거주자는 여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이뿐만이 아닙니다. 리셀러로 판단될 경우 혹은 goro’s 브랜드와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될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추첨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도 일쑤입니다. 추첨이 끝나면 번호순으로 다시 웨이팅이 시작됩니다. 추첨 번호가 높으면 높을수록 인기 아이템은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겠죠. 이렇게 많은 퀘스트를 넘었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ONE DAY, ONE FEATHER.” goro’s 시그니처 독수리 깃털 목걸이는 1일 1개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별나디별난 영업 철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랜드 수장이자 네이티브 아메리칸 오타쿠였던 고로 타카하시. 그가 남긴 것이 단순 주얼리를 넘어 역사와 예술의 한 조각이라는 의식 때문 아닐까요.




세 번째: 전통 맛집
VISVIM 2024 캡슐 컬렉션(나카무라 히로키와 아내 켈시)

Rick Owens, VISVIM 중 어떤 브랜드를 올릴까 5초 고민하다 VISVIM을 택했습니다. 최근 마케터 J 젠테 위시리스트에 대거 충전된 아이템이 모두 VISVIM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좋은 디자인에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하잖아요. VISVIM은 다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는 그 모든 계획을 ‘퓨처 빈티지’라고 부릅니다.

새로움 만을 외치는 패션계 중심에서 ‘미래에도 빈티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옷’을 외치다뇨. 이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올곧고 묵직한 신념 하나로 승부하는 브랜드 VISVIM. 20만 원 셔츠 다섯 장과 100만 원 VISVIM 셔츠 한 장. 마케터 J는 후자의 선택지에 소비하고 싶습니다.

P.S.  VISVIM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궁금하다면 Brand LAB 콘텐츠를 참고하세요.


나만의 길을 가는 단일 메뉴 식당과 자신만의 컬트를 만들어 가는 패션 브랜드. 모두 한번 맛보기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맛집입니다. 젠테 또한 뉴스레터 맛집, 콘텐츠 맛집으로 소문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보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