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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LAB: DRIES VAN NOTEN
끝없는 영감을 보여주는 패션계의 음유시인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나는 과거에 살고 싶어 하는 로맨틱한 디자이너가 아니다. 과거를 존중하지만, 항상 미래를 바라본다.”
- 드리스 반 노튼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들면 길이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미학을 찾아 패션의 유효기간을 재정의 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에 대하여.



패션 금수저 , 드리스 반 노튼

수저 계급론으로 바라보자면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옷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중에 구제 옷을 재활용해 만든 옷으로 기성복 개념을 도입했으며, 아버지는 FERRAGAMO, ZEGNA, Emanuel Ungaro와 같은 럭셔리 패션 부티크 라인의 소유주, 어머니는 레이스와 리넨 패브릭의 열렬한 수집가다. 수저의 기준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재단사 가문의 3대손 드리스 반 노튼은 패션 업계에 있어 금수저로 칭하기 충분했다.

유년 시절 드리스 반 노튼은 아버지를 따라 밀라노, 뒤셀도르프, 파리의 패션쇼와 컬렉션에 참석하며 패션 산업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했으며 남들보다 패션 비즈니스에 대해 익힐 기회가 잦았다. 그렇게 그는 패션 세계에 입문할 운명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드리스 반 노튼은 아버지의 부티크 사업을 물려받는 것보다 디자인에 더 큰 관심을 가져 18세에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앤트워프 왕립예술 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 Antwerp) 입학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타고난 환경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드리스 반 노튼은 자신의 환경에 안주하지 않았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패션 디자인 학업을 계속 병행하며 성장의 밑거름을 다졌다.




준비된 특별함, 앤트워프 식스


드리스 반 노튼,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더크 비켐버그(Dirk Bikkembergs), 마리나 이(Marina Yee),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 더크 반 세인(Dirk Van Saene)으로 구성된 6명의 디자이너 그룹 앤트워프 식스(Antwerp Six)는 독특한 디자인, 창의적 발상, 업계에 타협하지 않는 젊음의 열정과 천진난만함으로 패션 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영감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앤 드뮐미스터, 더크 반 세인, 마리나 이, 드리스 반 노튼, 월터 반 베이렌동크, 더크 비켐버그



앤트워프 식스의 후원 아래 블레이저, 셔츠와 팬츠로 구성된 DRIES VAN NOTEN 남성 컬렉션은 미국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영국 패션 브랜드 휘슬즈(Whistles)로 수출되었다. 당시 부유층 고객을 중심으로 많은 판매가 이루어진 컬렉션은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고 같은 해 앤트워프의 갤러리 아케이드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작은 부티크를 열며, 브랜드 DRIES VAN NOTEN의 시작을 알린다. 3년의 세월이 흐르고 1989년, 기존 부티크의 문을 닫고 앤트워프의 랜드마크 건물, 현재 고급 부티크로 유명한 ‘Het Modepaleis’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디자이너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Mademoiselle Magazine 1993년 11월호, DRIES VAN NOTEN 1993-1994 여성 컬렉션을 착용한 Nirvana




화려한 색상과 패턴의 충돌

1991년 파리의 호텔 지하에서 남성복 컬렉션, 1993년에는 여성복 컬렉션을 런웨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이 성행을 이루던 1990년대 초 “그의 스타일은 편심하다.”라며 드리스 반 노튼의 디자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던 반면, 남성과 여성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했던 그는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1996년 봄 컬렉션에서는 모델 일을 해본 적 없는 72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Real Women' 런웨이 쇼를 진행했다. DRIES VAN NOTEN의 캐스팅 스태프는 런던, 브뤼셀, 파리의 카페, 댄스 스쿨 등 다양한 장소에 전단을 돌리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캐스팅했고, 모델처럼 보이는 사람을 모두 제외하고 다양한 체형과 연령대의 여성들을 앞세워 경직된 분위기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컬렉션으로 각종 매스컴에서 극찬받았다.

(왼) Real Women, (오)1995 SS




드리스 반 노튼은 패턴과 색조의 회화적인 혼합으로 꾸준한 찬사를 받았으며, 사이키델릭에서 동물, 꽃, 문화, 때로는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기루 같은 초현실적 비주얼을 만들며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홀로 걸어 나갔던 DRIES VAN NOTEN.

앤트워프 식스 중에서도 가장 웨어러블 한 의상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던 드리스 반 노튼은 서양과 동양 민속에서 받은 영감을 프린트 간의 대비, 자수 작업, 색상의 혼합으로 컬렉션에 담아낸다. 탐욕과 낭비의 경계 기로에 서 있는 패션 산업에서는 매장에 걸리는 옷과 관련 없는 제품을 런웨이에 선보이곤 하지만 브랜드 DRIES VAN NOTEN은 그들이 판매하는 물건만 쇼에 올린다. 즉, 당신이 보고 있는 컬렉션의 의상을 모두 매장에서 볼 수 있고 얻을 수 있다는 것.




1부터 100까지

DRIES VAN NOTEN은 매년 봄/여름, 가을/겨울을 위한 여성과 남성 컬렉션을 선보였고, 2004년 50번째 패션쇼를 맞이한다. 500명의 손님과 250명의 웨이터가 참석한 DRIES VAN NOTEN 2005 Spring 컬렉션은 130개의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놓인 긴 테이블 위에서 호화롭게 펼쳐졌다. 50번째 컬렉션의 깊은 의미를 담아 산뜻한 새 출발을 나타내는 화이트 룩으로 시작되어 플라워 프린트, 실크 자카드, 리넨, 구슬 장식의 피스들은 런웨이의 분위기를 조용히 고조시켰다. 참석한 모든 손님은 좌석의 번호에 맞는 샹들리에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포함된 1-50 컬렉션 북을 받았다고 한다.




2005년 The Business of Fashion의 BoF 500에 언급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0명의 디자이너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 파리 부티크 오픈, 2008년 미국 패션 디자이너협회(CFDA) 올해 국제 디자이너 상과 런던 RDI 영예를 얻는 등 다양한 상을 휩쓸며 주가를 올렸다. 현재 DRIES VAN NOTEN은 전 세계 여러 곳에 매장을 두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컬렉션이 판매되고 있다.

드리스 반 노튼의 100번째 쇼는 그 다운 선택과 결정이었다. 1993년부터 다양한 시즌 DRIES VAN NOTEN과 함께 캣워크를 장식했던 54명의 모델을 한자리에 모아 총 63가지의 룩을 선보였는데, 타이트하게 몸을 감싸는 실루엣을 피하고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를 여성 패션에 도입한 드리스 반 노튼은 많은 여성의 마음을 열게 했다.




1980년대부터 함께 작업해 온 인도 장인들의 자수 디테일, 변화무쌍한 프린트, 순수 예술에서 대중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 폴카 도트를 오버레이 한 아카이브 프린트의 재해석까지. 모든 것이 다채로웠고 어떤 것도 과장되지 않았던 2017 FW 컬렉션은 DRIES VAN NOTEN의 100번째 쇼를 기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르의 대가

매번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증명해내야 했던 드리스 반 노튼에게 다양한 영감은 불가결한 요소인 만큼 그 스펙트럼 또한 넓고 다양했다. 바로크 미술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 안톤 반 다이크(Antoon Van Dyck), 천재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와 같은 옛 거장부터,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영화감독 제인 캠피온(Jane Campion),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비비안 웨스트우드와의 깊은 인연 말콤 맥라렌(Malcolm McLaren) 등 많은 아티스트는 드리스 반 노튼의 수많은 자극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촉진제였던 것.

“과거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컬렉션을 만들었다. 어느 순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너무 추악하다고 느꼈기에 현실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일종의 탈출구 역할을 하는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마냥 도피하는 꿈이 아닌, 그 도피도 현실이라는 범주 안에 있는 꿈.” - 드리스 반 노튼




2018년, 6월 스페인 글로벌 패션 및 퍼퓸 그룹 푸이그(PUIG) 사가 DRIES VAN NOTEN의 주식을 매입하며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계속해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와 이사회 의장으로 해야 할 역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드리스 컬렉션(DRIES)’은 드리스 반 노튼의 일상과 철학을 담아낸 패션 다큐멘터리다. 그는 인터뷰도 쉽게 하지 않을 정도로 프라이빗한 성향으로 악명이 높아 다큐멘터리 각본, 제작, 감독을 맡은 라이너 홀제메르(Reiner Holzemer)는 1년 내내 드리스 반 노튼을 따라다니며, 그의 스튜디오와 집을 공유하도록 설득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라이너 홀즈머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그의 삶 일부를 한 시간 반 동안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디자이너  DREIS VAN NOTEN 집과 정원




“패션은 공허한 단어다. 패션은 6개월 안에 끝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한 대체 단어를 찾고 싶다.”


DRIES VAN NOTEN은 오늘날까지 단순히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해 잡지에 광고를 싣거나, 온라인 미디어에 컬렉션을 제시하지 않는다. 셀럽 및 인플루언서에게 브랜드의 옷을 입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케팅으로 많은 매출을 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시점에서 드리스 반 노튼의 열정적인 집념과 가치는 패션계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누군가가 나에게 DRIES VAN NOTEN이 100번의 컬렉션을 넘어 지금까지 롱런하는 이유를 되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의 옷은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찬란하고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