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Howlin'
앤트워프의 양떼 냄새를 담은 브랜드
잘 고른 니트 한 장, 열 코트 부럽지 않은 법.
매서운 한파가 기승인 겨울 시즌은 니트를 따라올 든든한 아이템이 없다. 겨울이 끝나는 시기까지 하루가 멀다고 기상 뉴스에서는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워’라는 문장이 반복될 터. 올해가 가기 전 소재, 디자인, 내구성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니트웨어를 소장하고 싶다면 이 브랜드를 주목해보자.
(왼) Jan & Patrick, (오) 앤트워프에 위치한 Morrison Store
올리슬라거(Olyslager) 가족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 Howlin’은 아버지와 어머니, 부모님이 운영하는 전통 니트웨어 브랜드 Morrison이 만들어진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코틀랜드산 케이블 니트와 겨울 하면 떠오르는 니트 중 하나인 눈꽃 문양의 페어 아일 니트를 주로 생산하다 2007년 레이블을 중단하게 된다.
올리슬라거 가족의 형제 얀 올리슬라거(Jan Olyslager)와 패트릭 올리슬라거(Patrick Olyslager)는 2008년 앤트워프에 Morrison 매장을 오픈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레이블인 "Howlin by Morrison”을 시작한다.
"Howlin by Morrison”으로 시작했지만, 몇 시즌 후 Morrison 이름을 삭제한 Howlin’으로 브랜드를 이어 나가게 된다. 여기서 Howlin’ 브랜드명의 뜻을 잠시 짚고 넘어가 보자면, 스코틀랜드 속어로 “냄새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름은 아마 많은 영국인과 스코틀랜드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왔을 테다.
가공되지 않은 울 스웨터에서는 마치 양떼 목장 중심에서 양떼의 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이 난다고 한다. 기억을 떠올리는 냄새들이 있듯 스웨터에서 나는 냄새는 마치 스코틀랜드 시골의 목장을 떠올리기 충분했을 것이다. 아마 올리슬라거 형제는 이런 향수를 브랜드에 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스코틀랜드에서 편직 된 Howlin’의 니트에는 이음새가 없다. 봉제에 의한 불필요한 이음새가 없기 때문에 절제된 실루엣과 안정감 있는 착용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모방 불가한 그들의 원사와 생산 과정은 Howlin’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
브랜드 설립자 올리슬라거 형제는 영화, 음악, 여행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중 80년대 후반 서유럽에서 퍼지게 된 벨기에 유래 일렉트로닉 장르에 흠뻑 빠져있는 그들은 Spotify 플레이리스트 AB-Sounds를 Howlin’ 홈페이지에 공유했다. 또한 웹샵에서는 Howlin’의 셔츠, 니트웨어, 양말, 비니뿐만 아니라 그들이 엄선한 바이닐 셀렉션과 레코드 이슈 매거진을 구매할 수 있으며 Howlin’ mix를 라이브 스트리밍 하거나 앤트워프 바에서 레코드를 재생하는 사운드 시스템, DJ와의 협업을 통해 활동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Howlin’의 컬렉션이나 제품명을 보고 있노라면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레코드 수집가 형제는 컬렉션에 지루한 스타일 번호 대신에 Talking Heads의 Psycho Killer와 같이 좋아하는 노래와 음악가를 자신들의 브랜드 안에 녹여내기도 한다.
공식 홈페이지와 Morrison store에서 구매할 수 있는 Howlin' 턴테이블 슬립매트
그들이 니트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겨울에만 입을 수 있는 FW 시즌 아이템만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계속해서 급부상 썸머 아이템으로 손꼽힌 테리소재를 활용한 티셔츠를 Howlin’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실제 여름 컬렉션의 약 30%가 니트웨어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100% 프리미엄 코튼 또는 리넨을 사용한다. 너무 타이트하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핏은 SS 컬렉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Howlin’ x MR PORTER Collection 31 "Lost in Porto Leone"
Howlin’ 브랜드의 유쾌한 포인트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캐릭터의 활용이다. 미소를 지으며 만들었다는 그들의 신념을 담아 Howlin’에서 배포하는 캐릭터들은 항상 웃고 있다.
”Made In Belgium With A Smile!”
벨기에 생산을 강조하는 케어라벨부터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곰’ 이라는 컨셉으로 Shaggy Bear를 선보였다. 비니, 머플러, 컬러가 은은하게 믹스된 브랜드의 스테디셀러 스코틀랜드 양모 니트에 Shaggy Bear 요소를 더해 즐거움을 더했다.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Howlin’ 베어 캔들
10주년을 맞이한 Howlin’은 아이코닉한 지그재그 니트를 공개했다. 카디건 “The Blue Magician”과 크루넥 니트 “The Fountain of Youth” 두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으며, 모두 100% 현지 스코틀랜드 울로 제작되었다.
Howlin’ 10주년 니트
페어 아일 니트의 유래는 셰틀랜드의 페어 아일 섬의 선원들이 바다에서 오랜 체류를 마치고 돌아올 때 동료들이 멀리서 보아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부터 시작되었다. Howlin은 이러한 유산을 고스란히 살려 스파이크 모티프, 눈꽃, 기하학적 패턴의 페어 아일 니트를 선보였다. 눈으로 보았을때도 포근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한 Howlin'의 페어 아일 니트는 FW 시즌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넥 라인을 따라 펼쳐지는 기하학 패턴이 데칼코마니 대칭을 이룬다. 브랜드의 H 이니셜이 들어간 눈꽃 패턴의 H In Space 니트와 컬러 포인트로 겨울옷 특유의 칙칙함을 해소해 주는 Knitting In The Universe 니트까지 다채로운 패턴의 Howlin’ 페어 아일 니트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느끼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았는가? 영화의 주연 해리 번즈가 입었던 아이보리 청키니트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 니트가 Howlin’에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의류 시장에 넘쳐나는 케이블 니트라지만 Howlin’의 케이블 니트는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최고급 소재와 푹신하고 가벼운 질감으로 타 브랜드와 차별성을 보인다. 오래 입는 옷일수록 후회 없는 소비를 해야 하거늘, Howlin’이 충분한 대답으로 여겨진다.
형제 얀 올리슬라거와 패트릭 올리슬라거는 모든 유행을 뒤로하고 그들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독자적 행보를 보인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은 늘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니트 한 분야에 집중하며 묵묵히 나아가는 브랜드 Howlin’이 한층 더 빛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