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로샤(Simone Rocha)와 패션의 만남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존 로샤(John Rocha)가 있다. 그는 1993년 영국 패션 어워드(British Fashion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홍콩 출신, 더블린 기반의 디자이너다. 그런 디자이너 아버지의 영향으로 11살 때부터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코바늘 손 뜨개질, 바늘 꿰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기 시작해 14살에는 아버지 쇼를 위한 양말 제작을 돕는 등 보조를 시작해 패턴 절단, 재봉 등 기초적인 뼈대부터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
왼쪽부터 부모님 John Rocha, Odette Rocha, 딸 Valentine, Simone Rocha, 남편 Eoin McLoughlin
많은 이들이 디자이너를 위한 최고의 성장환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몬로샤는 패션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명성을 얻은 디자이너 존 로샤(John Rocha)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에. 그러나 이미 그녀에게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탓일까 시몬로샤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고 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지만, 유년 시절 그의 아틀리에에서 터득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정립했다. 그늘에서 탈피하고 극복하려는 순간마다 시몬로샤의 존재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더블린 National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패션 학사 학위를 받고, 런던으로 넘어가 영국 세인트 마틴의 저명한 교수 루이스 윌슨(Louise Wilson)의 지도 아래 패션 석사(MA) 과정을 밟았다. 직설적인 평가와 독설도 서슴지 않아 다소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루이스 윌슨 교수의 가르침은 아버지 존 로샤만큼이나 큰 파동을 일으켰다. 시몬로샤가 말하길, 루이스 윌슨 교수가 없었다면 지금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을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며 브랜드 Simon Rocha가 가치 있는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준 인물로 볼 수 있다.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설립하며 2010년 9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고 2014년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에서 올해의 젊은 디자이너, 2016년 영국 패션 어워드(British Fashion Award)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며 시선을 끌었다.
“저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관심이 많아요. 컬렉션에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자연스럽게 투영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