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Bag and Bread
패션 빵지순례도
패션 신에서는 자연, 오브젝트, 동물, 등 특정 무언가를 형상화한 시각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받는 원천은 장르와 분야를 뛰어넘으며, 그 무한한 상상력은 피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음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중 베이커리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아이코닉 백에 매료되어보자. 무수히 많은 맛과 종류를 각기 다른 콘셉트로 표현한 가방은 패션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Baguette and FENDI
파리 바게트 명칭이 익숙한 우리. 그만큼 바게트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빵이다.
펜디 창업자 아델 펜디(Adele Fendi)의 손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디자인한 이 가방은 베이커리에서 나와 바게트 빵을 옆으로 끼고 다니는 파리지앵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FENDI 바게트 백
합리성, 실용성에 가치를 두는 미니멀리즘의 확산기를 맞이한 당시 유행하던 오버사이즈 토트백 디자인에서 의도적으로 탈피했고, 창조적 반항을 제시한 바게트 백은 출시된 후 첫해에만 100,000개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아이코닉한 가방으로 계속해서 성장했다.
"This is not a bag, it's a Baguette!"
그렇게 It Bag의 시대를 열었던 Fendi 바게트 백은 스팽글, 자카드, 비즈, 데님 등 변화무쌍한 질감과 패브릭으로 매 시즌 변화를 거듭해 수집 욕구를 자극했으며, 1997년 이후 현재까지 약 1,000개 이상의 버전이 만들어졌다.
바게트 백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을 위해 마크 제이콥스, 티파니 앤 코, 사라 제시카 파커, 포터가 손을 잡았다. 바게트 백은 가방에만 국한되지 않고 재킷, 스커트, 벨트, 장갑, 모자, 양말 등 다양한 아이템에 바게트 포켓을 추가했다.
"저는 25주년을 위한 일반적인 '컬렉션'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게트가 유명해졌던 순간들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 Fendi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
Croissant and Lemaire
겉바속촉의 대명사. 바게트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빵 크루아상.
Fendi 바게트백은 바게트를 팔에 끼우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Lemaire 크루아상백은 페이스트리 모양에서 착안해 제작되었다. 크루아상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의미하는데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 형태가 미니멀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Lemaire 브랜드와도 일맥상통한다.
2018 FW 컬렉션 쇼에서 처음 선보인 크루아상 백은 버터처럼 부드러운 촉감의 나파 가죽으로 제작되었다. 곡선형 패널과 매듭 지어진 스트랩 디자인은 실용적인 클래식 무드에 편안한 착용감까지 더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듯한 크루아상을 연상케하는 이 가방은 분할 구조로 디자인되어 착용했을 때 몸에 알맞게 감기는 견고한 짜임새가 특징이다. 스몰, 미디엄, 라지 다양한 사이즈와 컬러로 만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어떤 옷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깔끔한 풍미의 데일리 백을 찾는 이들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가방에 이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코인 퍼스도 크루아상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넣어둔 동전에서 그윽한 버터 향이 가득할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Fortune Cookie, Pretzel and YUZEFI
행운의 메시지가 들어있는 디저트 포춘쿠키, 고소함과 짭짤함의 짜릿한 케미스트리 프레첼.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피스들을 전개하는 디자이너 나자 유제피(Naza Yousefi)
양 끝을 접어 볼륨감을 살린 독특한 포춘쿠키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YUZEFI의 포춘쿠키 백은 반복되는 일상 속 행운을 가져다줄 것 같은 상쾌한 예감이 든다.
길게 늘어진 반죽을 8자 모양으로 꼬아 구워낸 프레첼의 시그니처 매듭 모양을 탑 핸들에 살려 완성한 프레첼 백. 심플한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딱 떨어지는 포인트로 연출하기 손색없는 가방이다.
나자 유제피는 포춘쿠키, 프레첼 베이커리 외에도 다양한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디너 롤 백, 빈 백, 타코 백 등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빵이 접시에만 담겨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Fendi 브랜드의 상징이 된 바게트 백부터 크루아상, 프레첼 백까지.
당장이라도 들고 어딘 가 거닐고 싶은 만큼 위트가 넘치는 가방들은 줄곧 트렌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매 시즌 패션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베이커리와 패션.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어떻게 변주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