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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Dieter Rams and Fashion
좋은 패션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좋은 디자인’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가? 획일화된 사회적 미의 기준만이 존재하듯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독일 출생 디터 람스(Dieter Rams)는 1995년 브라운(Braun)에 입사해 근무하는 40년 동안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서 레코드플레이어, 휴대용 오디오, 전자계산기, 가구 등 500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했다.

물체의 기능과 단순한 메커니즘에 매료된 디터 람스는 애플의 대표적 제품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무인양품의 디자인 자문 위원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의 모티프로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불렸다. 그가 전하는 ‘디자인 10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패션계에서는 어떻게 ‘좋은 디자인’을 구현해나가고 있는지 주목해 보자.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혁신의 가능성은 절대 고갈되지 않는다. 기술 개발은 항상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혁신적인 디자인은 항상 혁신적인 기술과 함께 발전하며 그 자체로 끝이 될 수 없다.



가방은 가죽 소재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진 1970년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군용 물품 공장에서 낙하산 혹은 텐트용으로 사용되던 포코노 나일론(pocono nylon)을 사용해 럭셔리 백을 만들었다. PRADA 나일론 소재 가방은 모두의 편견을 깨는 동시에 시대의 베스트셀러 It-bag이 되었고, 대담함을 세상에 내세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PRADA는 2021년까지 모든 버진 나일론을 매립지와 해양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로 전환했다. 그들은 지속 가능성과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약속하며 혁신을 이룬 나일론 소재를 이용해 패션 신의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제품이다.
기능뿐만 아니라 심리적, 심미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한다.



의복의 실용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한 글램 유틸리티(Glam-Utility)가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Y2K 트렌드를 타고 먼 길을 돌아온 카고 팬츠가 있다. 2022년 런웨이에서도 알음알음 모습을 드러냈던 카고팬츠는 가방을 들고 외출하지 않아도 무방한 최적의 수납력을 자랑한다. 2023 런웨이에서 다양한 실루엣과 소재로 중무장해 날카로운 존재감을 드러내 보였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제품의 효용성을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디터 람스. 기능성과 심미적 미덕을 갖춘 글램 유틸리티 트렌드 성장에 기대를 걸어보자.


DIESEL 2023 RESORT


왼쪽부터 ISABEL MARANT 2022 FW, GIVENCHY 2023 SPRING, MIU MIU 2023 SPRING






3.  좋은 디자인은 미적인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사람과 웰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품의 미적 품질은 유용성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잘 실행된 개채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


천재성을 타고난 20세기 산업 디자인 거장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한 말이 있다. “가격, 기능, 품질이 동일한 두 제품 중 외관이 더 매력적인 제품이 승자가 된다. ” 우리나라 속담으로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되겠다. 시각적 만족감은 제품을 이야기할 때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로 패션에도 적용되는 것이 당연지사.

제롬 마지(Jerome Mage)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한 럭셔리 아이웨어 브랜드 JACQUES MARIE MAGE를 그 예로 들고 싶다.

디자인 양식 아르 데코(Art Deco)와 미국 서부 등 다양한 예술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선글라스 컬렉션을 이어오고 있는 JACQUES MARIE MAGE. 대담한 디자인, 최고급 재료, 세계적 수준의 장인 정신과 고급 생산에 중점을 두며 모든 사람에게 어필하지 않고, 안목 있는 취향을 가진 일부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차별점을 내세웠다. 다소 높은 가격대지만 JACQUES MARIE MAGE만의 정제된 실루엣을 실제 두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JACQUES MARIE MAGE는 지드래곤이 즐겨쓰는 아이웨어 브랜드 중 하나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제품의 구조를 명확히 한다.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제품의 기능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ARC’TERYX 재킷의 스톰후드(StormHood™)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독창성과 DNA가 담겨있다. 후드 형태 유지를 위해 모든 패턴과 레이어 구조가 철저히 계산되었고, 라미네이트 첨단 소재의 사용으로 휴대를 위한 압축 시에도 모양이 무너지거나 구겨지지 않는다. 또한, 착용자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때 주변 시야를 최대화하고 후드의 포지션을 고정할 수 있는 압축 시스템을 포함한다.

디터 람스 이념에 따르면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평소 입는 옷은 일상복이지 우주복이 아니다. 그들이 제아무리 고기능성을 겸비했다 한들, 착용 시 긴 소요 시간과 번거로움을 동반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ARC’TERYX는 직관적 디자인을 통해 그들이 개발한 최고의 기능을 혼란과 불편함 없이 최대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5.  좋은 디자인은 과시하며 드러내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는 제품은 도구와 같다. 그것은 장식품도 예술 작품도 아니어야 하며, 중립적이어야 한다.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서 직물 생산 업체로 시작한 Loro Piana 가문은 6세대에 걸쳐 계승되고 있다. 모노그램 및 로고가 선명하게 과시되는 디자인은 Loro Piana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트렌드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고유의 유산과 장인 정신 보존에 진정성을 담아낸다. 최상급 직물을 중립적인 컬러 팔레트, 현대적 디자인과 함께 선보이며 명성에 걸맞은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Loro Piana 니트를 착용한 제이크 질렌할(Jake Gyllenhaal)
Loro Piana 창업주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 (Pier Luigi Loro Piana)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과시적인 작업은 하지 않는다. 원래 기능보다 더 혁신적이며 가치 있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지킬 수 없는 헛된 약속으로 소비자를 조종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브랜드와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패션 업계는 계속해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속가능성 핵심 중 하나는 디자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산 시스템과 판매에서 사용되는 재료의 정보를 소비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추적 가능성이며 그것은 정직을 행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가치를 내세우는 브랜드 AXEL ARIGATO.

출처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고, 공장의 윤리적인 작업 환경과 친환경소재 인증을 거친 친환경 재료만을 사용하며, Xchange라는 새로운 플랫폼 운영을 통해 제품 수명 주기를 연장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과 달리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수명이 길어져야 한다. 버려지는 것이 흔한 현대사회에서도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패션 시장은 본질적으로 트렌드를 기반으로 흘러가지만, 패스트패션 산업은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최악의 결과만을 초래한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과 마케팅 전술을 가졌어도 판매하는 제품이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일회용품 퀄리티에 가깝다면 패션 시장이라는 전투에서 승리는커녕 전멸이라는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브랜드 LEMAIRE는 휘황찬란한 비주얼을 뽐내는 패션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디자인과 견고한 품질만으로 대중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부드러운 컬러와 언제 어떻게 입어도 클래식한 무드를 즐길 수 있는 LEMAIRE의 옷이 트렌드에 맞지 않다고 헌옷수거함으로 향하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어떤 요소도 애매하거나 우연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디터 람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언제나 디테일을 사랑했다.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디테일 없이 아무것도 성립하지 못하며,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품질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면 작고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뻔한 사실을 알고도 클리셰로 넘겨짚으며 간과하곤 하지만 작은 ‘한 끗’ 디테일은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과 뜻밖의 감동을 가져온다. 그 원칙은 패션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며 디터 람스 또한 디테일을 거듭 강조했다.

관심 없는 누군가는 그게 그거 아니냐며 단순하게 치부해버리겠지만 브랜드를 전개하는 모든 과정에서 디테일한 요소를 놓치지 않았을 때 그 탁월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디테일을 각자의 시선으로 살피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며, 패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패션 역사상 가장 큰 균열을 일으켰다고 평가 받는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브랜드 Maison Margiela.

Chrome Heart 아이웨어






9.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디자인은 환경보호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자원을 보존하고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오염을 최소화한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 또한 높아졌다. 현재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 패션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빈티지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닌 Greg Lauren은 2011년부터 재활용 직물로만 옷을 만들며, 현재까지 8,000개 이상의 군용 텐트를 사용했다. 버려지는 재료의 스티치를 풀어 다시 붙이거나 패턴을 비틀고 변화를 꾀했다. 제로 웨이스트, 포스트 컨슈머, 업사이클 패션을 내세우는 그렉 로렌. 그만의 시선으로 배열된 퍼즐 조각이 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Greg Lauren


2017년 GUCCI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지시에 따라 ‘모피 프리(Fur-Free)를 선언했다. BALENCIAGA, Alexander McQueen, SAINT LAURENT, BOTTEGA VENETA가 점진적으로 변화의 시작을 알렸으며, 럭셔리 그룹 케어링(Kering)은 2022년 가을 컬렉션부터 모든 하우스 브랜드의 모피 사용 중단을 발표했다.

“이제 모든 컬렉션에서 모피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때가 되었다. 세상은 우리 고객들과 함께 변했고, 럭셔리도 당연히 이에 적응해야 한다.”  — 케어링 그룹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


PRADA 2021 FALL
BOTTEGA VENETA 2023 SS
GUCCI 2022 FALL






10.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단순함으로, 순수함으로 돌아가라. “Less, but Better”

1980년대의 화려함에 반기를 든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깔끔한 라인과 클래식한 스타일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1990년대.

그 포문을 열었던 대표적인 디자이너 헬무트 랭(Helmut Lang), 질 샌더(Jil Sander),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그들은 컬러 스펙트럼을 블랙과 화이트, 뉴트럴톤의 기본 색상으로 축소했고 나일론과 신축성 있는 직물을 도입해 ‘보이지 않는 럭셔리’를 강조했다. 단순한 구조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본질적인 측면에 집중한 미니멀리즘 패션은 전 세대를 걸쳐 흐를 것이다.

HELMUT LANG 1998 SPRING
HELMUT LANG 2022-2023 RESORT


PRADA 1996 SS
PRADA 2023 SS


JIL SANDER 1992 FALL
JIL SANDER 2023 SS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매력의 패션산업 속에서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다양한 장르의 디자이너에게 영감과 귀감이 되어주었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호기심으로 패션을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