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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Fashion and Animation
애니세계관에 입덕한 럭셔리 브랜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애니메이션의 치명적인 매력은 확고한 철학과 근엄한 태도로 일관하는 럭셔리 브랜드도 피해 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을 통해 각 브랜드가 그려낸 독자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보았다.




Studio Ghibli X LOEWE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





Loewe, JW Anders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2021년 1월 Loewe X Studio Ghibli 협업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며 스튜디오 지브리가 지닌 장인 정신과 공예에 대한 사랑을 기념한다.


“The connection between Loewe and Studio Ghibli is this mutual love of craft and artisanal techniques…The connection between Loewe and My Neighbor Totoro, on the other hand, is the mutual connection with nature.“  – Jonathan Anderson

”Loewe와 Studio Ghibli의 연결고리는 공예와 장인 기술에 대한 상호적인 사랑이다. 반면 Loewe와 이웃집 토토로의 연결은 자연과의 상호 연결이다.”






영화 속 풍경이 담긴 오가닉 코튼 셔츠, 아이코닉한 가죽 참 악세서리, 미니 사이즈의 힐 파우치, ‘마쿠로 쿠로스케’ 지퍼 장식의 바이커 재킷, 카드 홀더까지 이웃집 토토로 영화 등장 캐릭터들이 Loewe Ready To Wear 및 가죽 아이템으로 들어갔다.






정교한 가죽 패널 구조로 Loewe의 상징적인 퍼즐백, 해먹백에도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의 토토로 캐릭터가 더해졌다. 캐릭터를 이루는 각 조각들을 손으로 직접 페인팅하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최고의 퀄리티로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며, 창의성을 구현하는 캡슐 컬렉션에도 그들의 본질을 지켰다.

Loewe와 Studio Ghibli의 기원과 아이덴티티는 다르지만, 공예 및 장인 기술을 대하는 공통된 에티튜드에서 그들은 접점을 이루며 의미 있는 상호 협력의 본보기를 보였다.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이라는 따뜻한 감정을 선물하고 싶었던 조나단 앤더슨은 1988년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떠올렸다. 34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난 캐릭터는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진정한 타임리스 애니메이션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Loewe는 토토로 콜라보레이션에 이어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려 흥행의 신기록을 만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Studio Ghibli와 두 번째 협업을 공개했다.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기념하는 캡슐 컬렉션은 첫 번째 ‘이웃집 토토로’ 라인업보다 훨씬 더 풍부한 인상을 주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였고 이들의 협업 제품은 Loewe 웹사이트에서 익스클루시브로 제공되었으며, 빠르게 품절됐다.




캡슐 컬렉션에서는 오래된 천 조각을 자르고 함께 꿰매는 패치 작업의 일본 고전 기법 ‘Boro’, 아플리케, 패치워크, 가죽 세공, 자수와 같은 텍스타일을 통해 LVMH의 가장 오래된 럭셔리 패션 하우스 Loewe 브랜드가 지닌 장인 정신을 강조했다.






각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작품에 기꺼이 헌신한 Studio Ghibli는 고된 수작업을 중시하는 Loewe의 이념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캡슐 컬렉션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 또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속 상징적인 요소들을 사용하여 공간에 생동감을 입혔으며, 하라주쿠에서 진행했던 팝업스토어는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었지만, 시작만에 바로 예약 매진 행렬로 컬렉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큐 우메다에서 진행된 Loewe X Studio Ghibli ‘센과 치히로 행방불명’ 팝업스토어.


‘센과 치히로’ 영화 속 풍경을 재현한 하라주쿠 Loewe X Studio Ghibli ‘센과 치히로 행방불명’ 팝업 스토어.









THE SHIMPSONS X BALENCIAGA


파격적인 모험으로 브랜드의 모든 것을 뒤바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구소련 출신으로 우스꽝스러운 성격과 낭만적이고 순진함을 내포한 심슨 시리즈를 어린 시절부터 줄곧 사랑했다고 말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미국 애니메이션 부분 최장수 프로그램 심슨 가족(The Simpsons)과 손을 잡으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Balenciaga와 협업한 심슨 가족의 10분 단편 영화는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영화 시사회 컨셉으로 진행된 2022 SS 레드 카펫 행사 후에 상영되었다. 에피소드는 호머가 마지의 생일임을 깨닫고 Balenciaga에게 메일로 브랜드에서 제일 값싼 것을 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지가 침대에 누워 껴안고 있던 매거진 속 Balenciaga


심슨은 마지의 생일 선물을 위해 Balenciaga에게 라벨이 붙어 있는 가장 싼 물건을 보내줄 수 있는지 요청했고 €19,000 (한화로 약 2,700만 원) 드레스를 받은 마지의 모습.


Balenciaga 드레스를 입고 특별했던 30분을 보낸 마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감사의 편지와 함께 환불 요청을 하게 된다. 이를 본 뎀나 바잘리아는 편지에 감동해 스프링필드(Springfield)로 가게 된다.



뎀나 바잘리아는 심슨 가족이 사는 스프링필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델로 초대해 Balenciaga 패션쇼를 열게 된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칸예 웨스트(Kanye West),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Vogue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프론트 로우를 자리하고 있다.



훌리오(Julio), 스키너(Skinner)


패티(Patty)


리사 심슨 (Lisa Simpson), 매기 심슨 (Maggie Simpson)


웨일런 스미더스(Waylon Smithers)


쌍둥이 자매 셰리(Sherri) & 테리 (Terri) 


스프링필드 마을 캐릭터들이 캣워크에서 입고 나오는 장면을 비롯해 영상 속 캐릭터들은 실제 Balenciaga 런웨이 쇼에서 등장했던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어느 시즌의 의상이었는지 찾아보는 재미의 경험까지 멀리 내다본 그들의 시선이 흥미롭다.


단순히 브랜드의 제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패션 관습과 사회적 논평을 내재하고 있는 짧지만 묵직했던 심슨 가족 x Balenciaga 협업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으며, 패션쇼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깼다.

더불어 현시대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필요하고 이번 패션쇼가 관객들을 웃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런웨이를 준비했다는 뎀나 바잘리아의 모습에서 사려 깊음을 느낄 수 있다.






주술 회전(Jujutsu Kaisen, 呪術廻戦) X Dolce & Gabbana


2018년부터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일본의 다크 판타지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이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 Dolce & Gabbana와 만났다.

주술 회전은 단숨에 인기작 반열에 오르며 2020년대 만화 시장을 대표하는 작품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 인기를 반증하듯 일본 국내에서 유니클로 UT 컬렉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게임, 스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와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주술 회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각 피스들은 캐릭터들의 대표적인 개성과 성격을 드러낸다. 애니메이션 세계관의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는 스쿠나의 패턴과 유사한 트레이닝 후디와 팬츠를, 전직 직장인 나나미 켄토의 개성을 드러내는 슈트, 항상 안대를 차고 나오는 고죠 사토루에게는 선글라스를 씌우며 캐릭터 각각의 차별화된 특징을 살렸다.





마키가 지니고 있는 패기와 발산하는 에너지는 흰색 옥스포드 셔츠와 클래식 버클 벨트, 시그니처 뿔테안경, 에나멜 펌프스로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담았다. 주술 회전과 Dolce & Gabbana 컬렉션은 일본 시부야, 신주쿠, 오사카 3곳에서 콜라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하루하루 창작의 고통에서 허우적거리는 디자이너들에게 순수와 자유의 감정을 전달하는 애니메이션은 온몸으로 느끼는 달콤한 케이크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만 살아있는 캐릭터를 브랜드와 접목해 그들만의 가치를 담아내는 순간처럼 패션 시장의 과감한 변주는 우리가 패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