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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2024 SS Menswear Collection
2024 SS 맨즈웨어 컬렉션 요약



새 시즌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2024 SS 파리 패션 위크 소식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Louis Vuitton을 시작으로 Rick Owens, PRADA 등 그들이 제안하는 ‘패션 트렌드’ 중심 서사를 천천히 따라가 보자.



Louis Vuitton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퍼렐 윌리엄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뒤를 이어 Louis Vuitton 바톤을 넘겨받은 이는 다름 아닌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퍼렐이 Louis Vuitton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올해 상반기 패션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Louis Vuitton의 회장 겸 CEO 피에르토 베카리(Pietro Beccari)는 “패션을 넘어선 그의 창의적 비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Louis Vuitton을 새롭고 흥미로운 장으로 이끌 것.” 이라고 말하며 퍼렐을 팔 벌려 환영했지만, 정식적인 절차를 거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비판적 태도를 보인 이들도 과반수였다.



퍼렐 윌리엄스와 니고(Nigo).



퍼렐은 13개의 그래미상 수상을 거머쥔 성공적인 레코딩 아티스트다.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받으며 음악에서 예술,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펼쳤지만 피에르토 베카리가 쏘아 올린 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





컬렉션이 개최되기 5일 전 퍼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다름 아닌 Louis Vuitton 캠페인을 배경으로 한 자신의 사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맨즈웨어 캠페인 모델 리한나(Rihanna)다.




그러나 그 불안함도 잠시 2023년 최고의 패션 빅뉴스였던 Louis Vuitt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는 2024 맨즈웨어 패션 위크 시즌 중에서도 기대되는 쇼 중 하나로 꼽혔다. 4개월 후, 매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퍼렐이 럭셔리 비즈니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유럽 하우스 중 하나인 Louis Vuitto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첫인상을 결정짓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지금부터 흐릿한 눈과 코어에 힘을 주고 화면에 좀 더 집중하길 바란다.

퍼렐 윌리엄스가 남성복 디자인 수장으로써 준비한 메종의 첫 컬렉션은 6월 21일 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컬렉션이 개최된 장소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퐁네프(Pont Neuf). 하늘은 황홀한 보랏빛 노을로 가득하고 쇼가 시작됨과 동시에 어둠이 내려앉으며 차례로 등장한 모델들이 퐁네프 다리를 채웠다.










Louis Vuitton의 시그니처 에피 가죽(Epi Leather)과 1934년 처음 선보인 다미에 체커보드 패턴과 카모플라주의 융합 ‘다모플라주(Damoflage)’를 필살기로 내세웠다. 다모플라주는 대담한 색상과 함께 워크웨어 재킷, 브레스티드 코트, 팬츠, 모자, 트래블 러기지백, 넥타이에 겹겹이 쌓였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스트릿’요소가 다분히 섞인 다모플라주와 체커보드 패턴의 화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더불어 예술가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생지 데님 의류와 쓰리피스 슈트, 알마 BB백에 장식된 미니어처 자수는 미국 아티스트 헨리 테일러(Henry Taylor)의 작품. 사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테일러는 미국 흑인 공동체의 삶을 고찰하고 여과되지 않은 렌즈를 통해 사회를 비판한다. 쇼를 가장 면밀히 지켜볼 수 있는 1열에 버질 아블로가 있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전임자 버질 아블로와 퍼렐 윌리엄스는 오랜 친구였기에 그 누구보다 흐뭇한 마음과 미소로 모든 광경을 지켜보지 않았을까.


자수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건 8비트 레트로 게임의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픽셀 그래픽이다.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알 수 있듯, 퐁네프 다리를 픽셀화한 것인데 이 또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NFT 아티스트 ET가 제작한 작업물이다. 작은 사각형들이 모여 그려낸 픽셀 아트 또한 주목해야 할 포인트.

픽셀 그래픽이 다소 소화하기 어려운 패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청년이라면 2010년대 이후 바뀐 디지털 군복으로 이미 경험해 보았을 것이니 너무 낯설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Louis Vuitton의 앞 글자를 딴 LV 로고는 ‘Lovers’와 만나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웠고, 플레어부터 퍼들, 와이드, 테이퍼드 등 다양한 핏의 팬츠, 퍼렐 윌리엄스를 상징하는 페도라를 연상케 하는 비니, 아이웨어로 컬렉션을 풍성하게 꾸렸다.

퍼렐은 내가 이곳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자신을 꼬집었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럭셔리의 융합을 누구보다 순수한 기쁨으로 장식해 낸 퍼렐 윌리엄스와 Louis Vuitton. 카모플라주와 체커보드의 거대한 물결을 기대해 보자.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싶다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던 로우 라이즈 하의가 트렌드의 선두 주자였다면 내년엔 그 반대일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 올라갈 셈인지 하염없이 상승하는 하이라이즈는 과연 무사히 귀환 신고를 할 수 있을까?


LOEWE 2024 SS




우월한 기럭지를 소유한 모델들이 입어서일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모델의 워킹을 보고 있노라니 이유 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밑으로 툭 내려가 버릴 것 같았던 아슬아슬한 로우 라이즈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건 사실이나 명치에 닿을 듯 말 듯한 하이 라이즈도 마냥 쉬워 보이진 않는다.

울트라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길거리를 장악하기 전, 옷장 구석에 자리해 빛을 보지 못했던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조심스럽게 시도해 보자. 처음부터 완성되는 건 없다. 한 스텝씩 천천히.



Rick Owens 2024 SS
쇼의 시작을 알린 Rick Owens의 뮤즈 타일러 딜런(Tyler Dylan).




LOEWE 하이라이즈 데님을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 다음 단계로 뛰어넘어 보자. 카리스마를 마구 뿜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Rick Owens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컬렉션을 이끈 주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보이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내 다리야.’라고 주문을 외는 듯 압도적인 웨이스트와 질질 끌리는 바지 기장을 잠시 감상해 보시라.








변화구 마스터, 니트의 변신

패션 디자이너들은 탁월한 투수다. 그들이 던지는 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없다. 2024 컬렉션에서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은 바로 니트. 투수의 손을 떠난 작은 공이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건 바로 소비자의 몫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남자가 있다. 북아일랜드 출신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 조나단 앤더슨만의 독특한 관점은 2024 컬렉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드레드 헤어, 혹은 대걸레 개(Mop Dog) 코몬도르의 사진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이 니트를 만든 건 아닐까 뻔한 상상에 빠지기도.



코몬도르와 몽블랑 케이크가 연상된다.




대걸레 니트(?)에 이어 다음은 행주다. 키치함의 대명사 Charles Jeffrey Loverboy에서도 부클 니트를 볼 수 있었다. 단품으로 다소 부담감을 느낀다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함께 스타일링해 밸런스 있는 리얼웨이룩을 연출해 볼 것.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 잡은 실전 니트웨어는 컬렉션을 지켜보는 묘미 중 하나. 브라운과 핑크가 이리도 잘 어울렸던가 싶은 니고의 KENZO부터 창의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JW Anderson의 니트 베스트, 무릎까지 내려오는 실 디테일이 특징인 sacai 카디건, 카보숑(Cabochon) 보석이 수놓아진 Dior Men PK 폴로 셔츠까지 이들의 공통분모는 화려한 컬러 하모니. 제아무리 모노톤을 사랑하더라도 강렬한 색감의 유혹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JW Anderson, KENZO

sacai, Dior Men 





노조 조끼 아닙니다


데일리 룩을 폭넓게 커버하는 아이템, 조끼의 향연이 런웨이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인들에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PRADA 레드 컬러의 베스트는 낚시 조끼, 노조 조끼를 떠올리기도. 지금껏 조끼를 레이어드 아이템으로만 활용했다면 다가올 내년 여름은 조금 더 과감해져도 좋겠다. 캐주얼, 고프코어, 드레시, 스트릿 하나에 갇히지 않고 진영을 마구 넘나드는 조끼의 대활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PRADA, Kolor

GIVENCHY, VALENTINO

Martine Rose, JUNYA WATANABE





스타일링의 향긋한 풍미

도대체 이 룩을 어떻게 소화하라는 건지 난해함으로 가득한 컬렉션은 잠시뒤로 하자. 과도한 조미료로 심신이 지쳤다면, 속도감 있게 진입할 수 있는 웨어러블함에 집중할 것.

셔츠를 봄과 가을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편견에서 해방되어도 좋다. 착용자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릴렉스해주는 얇은 소재의 셔츠는 매 시즌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

그 외에도 일주일 중 다섯 번 입어도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기본템 오브 기본템, 블랙 슬랙스. 미니멀과 유니크함을 적절히 블랜딩하고 싶다면 자수, 패턴 아이템을 밸런스있게 코디해 보자.




LEMAIRE, Hermès


Etro, Zegna


BOTTER, Dries Van Noten



AMI 패션쇼 캣워크에 등장한 프랑스 국민배우 ‘뱅상 카셀(Vincent Cassel)'






여유를 만드는 습관


BOTTEGA VENETA를 필두로 BALENCIAGA, GIVENCHY, LEMAIRE 등 많은 브랜드에서 슬그머니 등장시킨 빅 백 트렌드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소지품이 꾸역꾸역 담긴 작은 크로스바디백은 이제 안녕, 노트북과 아이패드까지 거뜬히 들어가는 수납력과 실용성을 탑재한 빅 토트백으로 몸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누려보자.


JW Anderson, Hermès


Louis Vuitton, FENDI


PRADA, GUCCI



자, 이제 패션 트렌드 파악의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네모난 화면 속 페이지에서 벗어나 당신이 길거리로, 세상으로 걸어 나서는 것.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은 오롯이 자신만의 몫이다.

똑같지 않아도, 트렌드와 반대의 길을 걸어도 좋다. 패션 트렌드는 어디까지나 ‘필수’ 항목이 아닌 ‘선택’ 조건임을 잊지 말 것. 그리고 당신의 모든 선택에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