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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Tweed
영원한 패션 필수품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고개를 드는 새싹처럼 패션계에서는 ‘트위드’라는 새순이 돋아 오르기 시작한다. 겨울내내 나를 에워싸던 두터운 아우터는 벗어던지고 산뜻함으로 찰랑이는 옷들로 계절을 만끽하고 싶은 이맘때. 캐주얼부터 드레시까지 두루 연출할 수 있는 트위드에 시선을 돌려보자.







여러 가지 색의 실타래가 빈틈없이 얽혀있는 트위드 패브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빈틈없는 정교함과 특유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영국의 왕실과 귀족,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트위드를 사랑한 무수한 이유 중 하나일 테다.

하지만, 트위드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시골 양치기와 농부들로부터 탄생했다는 의외의 출생 비밀이 숨어있다. 노동자들은 스코틀랜드 고원의 변덕스러운 날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짠 거칠고 투박한 직물 트위드를 입기 시작했으며, 탁월한 내구성으로 입소문이 퍼져 야외에서 활동하는 어부들과 사냥꾼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이후 19세기 초에 접어들며 영국 귀족들은 여가 생활을 확장하고자 스코틀랜드의 많은 영지를 사들였고, 앨버트(Albert) 공은 1852년 발모랄(Balmoral Castle)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 왕실 부부는 트위드를 좋아했고, 발모랄성을 구입하기 전부터 주권자를 위한 ‘발모랄 트위드(The Balmoral Tweed)를 특별히 디자인했다.

트위드의 바탕이 되는 회색은 발모랄성이 위치한 로얄 디사이드(Royal Deeside) 지역의 화강암 컬러를 반영한 것. 발모랄 트위드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극비사항이었으며, 68년이 지난 지금도 발모랄 트위드는 왕족을 위해 방적 되고 있다.




발모럴 성과 앨버트 공의 로열 패밀리






귀족들은 발모랄 트위드처럼 자신의 영지에 특화된 트위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당시 상류층이 즐겼던 골프, 낚시, 사냥, 사이클 등 스포츠까지 트위드의 영역이 확장되어 20세기 초 트위드는 스포츠웨어로 활약을 펼치게 된다.

노동자를 위해 탄생한 옷감 트위드는 부동산을 넘어 영국 로열패밀리의 손까지 닿게 되니, 얼마나 드라마틱한 행보인가. 패브릭의 탄생부터 확산까지의 과정만 인지해도 트위드 아이템을 남들보다 두 배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샘솟는다.




코코샤넬과 트위드, 기적의 공식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트위드 패브릭은 수트 혹은 아우터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다소 남성적인 직물로 간주되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위드, 그 고질적인 편견을 깬 디자이너는 패션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코코 샤넬(Coco Chanel)이다.






1920년대 코코 샤넬은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주로 꼽히는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연인 관계로, 공작이 사냥과 낚시를 갈 때 입었던 트위드 재킷에서 영감을 받아 CHANEL 컬렉션에 트위드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트위드 직물 생산을 위해 스코틀랜드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코코 샤넬은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함께 거닐었던 스코틀랜드 시골 풍경의 자연적인 요소를 담고 싶어 했고, 자연의 색을 트위드에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나뭇잎, 이끼, 흙을 모아 제조업체에 맡긴다.







1930년에는 양모, 실크, 셀로판과 같은 새로운 직물을 트위드에 통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렇게 코코 샤넬은 패션 역사상 가장 클래식하고 아이코닉한 트위드 재킷을 탄생시켰고 수십 년 동안 그 매력을 유지해 왔으며 많은 여성의 위시 리스트 아이템으로 오르게 되었다.


2008 SS CHANEL COLLECTION


칼 라거펠트 마지막 CHANEL SHOW. 2019 FW COLLECTION.




“패션에는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있다. 청바지, 흰색 셔츠, CHANEL 재킷.”
-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잡지에 실린 CHANEL의 트위드 드레스 이미지가 부흥을 일으키며 트렌드는 불처럼 번졌고, 파리 쿠튀르 하우스 전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메종 샤넬의 설립자 코코 샤넬이 세상을 떠난 지 5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샤넬 재킷은 끊임없는 재해석으로 아이콘 위상을 확고히 하며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민의 시간을 반으로, 셋업룩

트위드를 어떻게 연출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당신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연출 방법, 셋업 룩이다. 같은 소재와 컬러는 적절한 밸런스 효과를 주어 남들이 바라볼 때 꽤 많은 시간을 스타일링에 공들였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트위드와 데님의 시너지


셋업 연출이 다소 진부하게만 느껴진다면,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해 보자. 편안함의 대명사 ‘청바지’ 아이템과 함께 말이다.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Meghan Markle)은 골드 버튼이 특징인 CELINE 트위드 재킷과 라이트 컬러 워싱진을 함께 매치했다. 실버 네크리스와 체인백으로 반짝임을 더한다면 룩의 볼륨감을 더욱 살릴 수 있을 것.







실패 없는 원피스 룩

트위드를 100% 만끽할 수 있는 스타일링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원피스 스타일링을 추천하고 싶다. 봄철, 늘어나는 경조사 자리에 매번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지겨울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아이템이 바로 트위드 원피스다. 세련되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로 이만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볼드 액세서리와 미니백

취향에 맞는 트위드 룩을 완성했지만,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가방과 액세서리로 밸런스를 맞춰보자. 편안한 차림으로 한동안 방안에 모셔놓았던 볼드한 체인 숄더백과 주얼리를 꺼내어 밋밋함을 대담함으로 가득 메워보는 기쁨을 누려보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영국의 유산과 미국의 전통까지.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합된 울 패턴 패브릭 트위드의 매력은 한계를 모른 채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추위를 녹이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 전, 미리 트위드 아이템을 준비해보자.